AI와 자동화 기술이 제약 산업에 빠르게 적용되면서, 기존의 GMP 규정과 스마트 제조 시스템 간의 접점을 명확히 설정하는 것이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AI 기반 생산 환경에서 품질 보증과 데이터 무결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 부상하고 있으며, 규제기관들도 새로운 기술 환경에 적합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AI 기반 스마트 공정이 GMP와 충돌 없이 정착되기 위한 조건과 규제기관의 요구사항, 그리고 실제 적용 전략을 살펴보겠습니다.
스마트 제조와 AI 기술의 GMP 도입 필요성과 배경
스마트 제조는 제조 공정 전반에 ICT, 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하여 생산 효율성과 품질 예측력을 극대화하는 기술 기반 생산 방식으로, 제약 산업에도 빠르게 적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바이오의약품, 세포·유전자 치료제 등 고도의 품질 일관성을 요구하는 제품군에서 AI 기술은 공정 제어 자동화, 이상 패턴 감지, 예측 유지보수, 실시간 분석 등에 활용되며 기존의 수작업 기반 품질보증 체계를 대체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GMP 기준 역시 디지털 기술과 호환 가능한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전통적 문서 기반 관리에서 실시간 모니터링과 폐쇄형 시스템 운영 방식으로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스마트 공정에서 수집되는 데이터는 단순 계측값을 넘어서 공정 전체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반영하며, AI 알고리즘이 이 데이터를 분석해 자동 제어 신호를 발생시키는 구조에서는 그 판단의 기준과 변경 이력을 명확히 해야 하므로, 기존 GMP의 ALCOA 원칙과 데이터 무결성 기준을 해석 적용하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됩니다. FDA와 EMA는 이러한 스마트 제조 환경에 대해 원칙적으로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며, PIC/S, ICH Q8–Q12 가이드라인도 이를 반영하고 있으나, AI의 ‘자율 판단’ 요소는 GMP 원칙상 허용 가능한 수준인지에 대한 실무적 해석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특히 AI의 판단 기준이 사후 변경될 경우 품질기준이 달라졌다고 간주될 수 있으며, AI가 생산 중 실시간으로 조치를 취하는 경우 이를 사람의 승인을 거쳐야 하는지, 로그를 남겨야 하는지 등의 문제는 아직 명확히 표준화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스마트 제조 환경에서의 GMP 적합성 확보는 단순한 시스템 도입이 아닌, GMP 요구사항에 맞춘 알고리즘 설계, 데이터 저장 구조, 변경관리 체계 등 기술과 규제의 통합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AI 시스템의 GMP 적합성 확보를 위한 규제 요구사항과 실사 고려사항
AI 기술이 제조 현장에 도입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알고리즘의 정확도만이 아니라 GMP 기준을 만족하는 품질 보증 체계를 갖추고 있어야 하며, 이는 소프트웨어 밸리데이션, 데이터 무결성, 변경 이력 관리 등 여러 측면에서 기존 시스템보다 높은 수준의 통제를 요구합니다. 첫째, AI 시스템은 FDA 21 CFR Part 11, EU GMP Annex 11, GAMP 5 등에 따라 전자 시스템으로서의 규정을 충족해야 하며, 입력 데이터의 추적 가능성, 처리 로직의 투명성, 출력 결과의 근거 확보가 가능해야 합니다. AI가 사용하는 학습 데이터셋이 변경될 경우, 그 영향 범위와 정확도 변화에 대한 리스크 평가가 선행되어야 하며, 이를 문서화해 승인받아야 합니다. 둘째, 규제기관은 AI 시스템이 단독 판단 또는 자동 제어를 수행할 경우, 해당 결정 과정이 리뷰 가능하고 재현 가능한 구조인지 확인하며, 이때 Audit Trail이 완전하게 구축되어 있어야 하고, 사용자는 시스템의 개입 이력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셋째, AI 시스템의 예측 모델이 제조 품질 판단에 사용될 경우, 해당 알고리즘이 ‘정량적 기준’을 기반으로 작동하는지, 또는 학습된 패턴 기반의 ‘정성적 판단’인지 여부에 따라 GMP 적합성 해석이 달라질 수 있으며, 후자의 경우 ‘설명가능성(Explainability)’이 중요 요소로 간주됩니다. 넷째, AI가 품질 이상을 감지하고 자동으로 공정을 변경하거나 제품을 폐기하도록 설계된 경우, 그 과정이 사전에 정의된 기준에 따라 작동하는지, 비상시 사람의 개입이 가능한지에 대한 시스템 설계도 규제기관의 점검 대상입니다. 또한 AI 관련 SOP가 존재하며, 해당 시스템에 대한 교육을 이수한 인력이 시스템을 관리하는 구조가 갖춰져야 실사에서 적합성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GMP 환경에서의 AI는 스스로 진화하는 ‘자율학습형’ 구조보다는 승인된 조건 내에서만 작동하는 ‘통제형 AI’로 정의되어야 하며, 그 학습 범위와 업데이트 주기는 Change Control의 대상이 되어야 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GMP 실사는 AI 시스템의 기술적 우수성보다 규제 적합성과 품질 통제 체계를 우선 점검하며, 기업은 이를 고려한 시스템 설계와 문서화 체계를 갖춰야 합니다.
AI 기반 스마트 제조 환경에서의 실무 적용 전략과 품질보증 체계
AI 기반 스마트 제조 시스템을 GMP 환경에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해당 시스템이 전체 품질보증 체계 내에 어떻게 융합될 수 있을지를 전략적으로 설계해야 하며, 이를 위해 기술 설계 초기 단계부터 품질보증(QA), 품질관리(QC), IT, 제조, 엔지니어링 부서 간의 긴밀한 협업이 요구됩니다. 스마트한 제조환경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AI 시스템은 도입 전 CSV(Computer System Validation) 절차를 통해 GMP 요구사항에 부합하는지 철저히 검증해야 하며, 모델의 검증 기준, 성능 임계값, 에러 허용 범위 등을 명확히 설정해 문서화해야 합니다. 또한, AI가 사용하는 입력 데이터는 GMP 기준을 충족하는 장비 또는 시스템에서 수집되어야 하며, 해당 장비도 적격성 평가(IQ/OQ/PQ)를 완료하고 Audit Trail을 보유한 상태여야 데이터의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셋째, AI 시스템이 자동 판단 또는 제어를 수행할 경우, 모든 의사결정 과정을 Review 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며, 사람이 개입해 승인하거나 Override 할 수 있는 절차가 병행되어야 규제기관의 수용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넷째, AI 알고리즘이 업데이트 또는 재학습되는 경우는 반드시 Change Control 시스템을 통해 사전 영향평가, 승인, 교육 이수 등의 절차를 수행해야 하며, 새로운 버전은 별도 검증(V&V)을 거쳐야 합니다. 다섯째, 품질문서 시스템 내에는 AI 시스템의 구조, 작동 기준, 입력/출력 정의, 알람 설정, 비상대응 시나리오 등이 포함된 SOP가 존재해야 하며, 실제 운영 이력은 로그 데이터로 정기 보관되고 QA에 의해 검토되어야 합니다. 여섯째, 실무 현장에서는 AI가 인간의 판단을 보조하는 형태로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예측/분석은 AI가 수행하되 최종 의사결정은 사람에 의해 승인되는 구조가 이상적입니다. 마지막으로, AI 기반 제조는 GMP 전통 기준과 충돌하는 지점이 존재할 수 있으므로, FDA나 EMA와의 사전미팅(Type C Meeting, Scientific Advice 등)을 통해 기술적 접근과 품질 전략을 명확히 설명하고, 컨센서스를 확보하는 것이 실무적으로 매우 중요합니다. 이렇게 AI와 GMP가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기술뿐만 아니라 품질 중심의 사고방식이 병행되어야 하며, 규제 대응 중심의 실무 전략 수립이 AI 도입의 성패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