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제조 품질을 과학적으로 확보하고 규제기관의 기대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CPP(Critical Process Parameter)와 CQA(Critical Quality Attribute)를 통합적으로 접근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본 글에서는 ICH Q8, Q9, Q10 가이드라인을 중심으로 CPP·CQA 통합 관리의 원칙과 실무 적용 방안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ICH Q8 가이드라인: QbD 기반 CPP·CQA 정의 및 설계
ICH Q8(R2) 가이드라인은 Quality by Design(QbD) 개념을 중심으로 의약품 개발 초기 단계에서부터 품질을 내재화하는 전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QbD 접근의 출발점은 QTPP(Quality Target Product Profile)의 수립으로, 이는 환자에게 제공되는 최종 의약품이 갖추어야 할 품질 특성들을 정의하는 단계입니다. QTPP에 기반하여 도출되는 CQA는 의약품의 안전성과 효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특성으로, 일반적으로 함량, 순도, 용출 특성, 입자 크기, 생물학적 활성, 안정성 등이 포함됩니다. 이러한 CQA는 분석적 검증을 통해 관리되어야 하며, CQA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제조 공정상의 변수들을 식별하고 이 중 중요도가 높은 요소들을 CPP로 구분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유제형 의약품의 경우 교반 속도, 유화 온도, 유화 시간은 입자 크기나 분산 안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CPP로 식별됩니다. QbD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변수들 간의 상관관계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설계공간(Design Space)을 설정하는 것입니다. DOE(실험계획법)나 공정분석기술(PAT)을 활용해 변수 간의 영향도를 수치화하고, 이로부터 도출된 설계공간은 제조 공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준 범위로 작용합니다. 설계공간이 승인된 경우, 그 범위 내의 공정 변경은 규제기관의 재심사 없이 유연하게 적용될 수 있어 제조 유연성과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킵니다. 이처럼 ICH Q8은 CPP와 CQA 간의 관계를 과학적으로 설계하고 분석하여, 제품 개발 단계에서부터 품질 확보를 실현하게 합니다. Q8의 철학은 결과 검증과 함께, 과정 그 자체를 품질 중심으로 설계하고 최적화함으로써 제품의 전주기적인 품질 보증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ICH Q9 가이드라인: 리스크 기반 CPP·CQA 평가 전략
ICH Q9는 제약 산업 전반에 걸쳐 리스크 기반 의사결정 원칙을 도입함으로써, 품질 확보를 위한 과학적·논리적 평가 체계를 구축하고자 합니다. 특히 CPP와 CQA를 통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각 요소가 의약품 품질에 미치는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식별하고 분석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이를 위해 FMEA(Failure Mode and Effects Analysis), HACCP(Hazard Analysis and Critical Control Points), Fault Tree Analysis 등의 리스크 평가 도구들이 활용되며, 각 도구는 평가 목적과 공정 특성에 따라 적절히 선택됩니다. 예를 들어, 특정 CQA가 '미생물 부하'일 경우, 여기에 영향을 주는 CPP로는 살균 온도, 필터 압력, 보관 시간 등이 존재할 수 있으며, 이들 변수에 대한 발생 확률, 영향도, 탐지 가능성 등을 수치화해 리스크 수준을 평가합니다. 높은 리스크를 가진 항목은 우선적으로 관리되며, 모니터링 빈도 및 허용 범위가 엄격히 설정되고, 문서화된 SOP에 따라 일관되게 운용되어야 합니다. 또한 리스크 평가 결과는 품질 시스템 전반에 통합되어야 하며, 변경관리(Change Control), CAPA 시스템, 정기적 검토(PQR, APR) 등의 품질 보증 활동과도 연계됩니다. 실무적으로는 이러한 리스크 분석을 기반으로 CPP에 대한 관리계획을 수립하고, CQA 분석 주기를 최적화함으로써 자원 효율성과 품질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습니다. ICH Q9는 특히 GMP 규제기관이 감사 시 중점적으로 확인하는 기준으로 활용되며, 리스크 기반 관리가 체계적으로 적용되지 않은 경우에는 품질 시스템 미흡 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ICH Q9는 CPP와 CQA의 상호 연관성을 기반으로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품질 확보 체계를 구축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ICH Q10 가이드라인: 품질 시스템 내 CPP·CQA 통합 운영
ICH Q10은 CPP와 CQA를 포함한 전체 품질 요소를 하나의 통합 품질 시스템 내에서 운영하기 위한 프레임워크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ICH Q8이 품질을 설계하는 단계, Q9가 리스크를 평가하고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단계라면, Q10은 이러한 품질 설계와 리스크 관리 결과를 일관되게 운영하고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시스템적 기반을 제공합니다. Q10의 핵심 요소는 품질 계획(Planning), 품질 관리(Control), 품질 보증(Assurance), 품질 개선(Improvement)으로 구성되며, 이 네 요소는 CPP와 CQA의 전주기적 관리를 위한 기반으로 작동합니다. CPP는 생산 현장에서 MES, SCADA, DCS 등의 디지털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되며, 이상값 발생 시 자동 알림 및 대응 프로토콜이 작동할 수 있도록 설정되어야 합니다. CQA는 QC 부서에서의 정기 시험 및 분석을 통해 관리되며, 시험결과는 CPV(지속적 공정 검증)나 PQR(제품 품질 검토) 보고서에 반영되어 품질 트렌드 분석 및 개선 조치의 근거가 됩니다. 이 과정에서의 모든 활동은 SOP에 따라 기록되며, 변경 관리(Change Control), 교육 이력, CAPA 연계 등 품질 시스템의 다른 요소들과도 긴밀히 연결되어야 합니다. 또한 Q10은 경영진의 품질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하고 있으며, 품질 리스크, CPP·CQA 이상 발생 현황, 설계공간 이탈 여부 등을 정기적으로 리뷰함으로써 전사 차원의 품질 개선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규제기관(FDA, EMA 등)은 GMP 심사 시 ICH Q10의 적용 수준을 평가 기준으로 삼고 있으며, 실제로 Q10을 체계적으로 운영하는 기업일수록 GMP 점검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PIC/S 가맹국에서는 Q10 기반 품질 시스템을 필수적인 운영 체계로 간주하며, 이는 국제 공조 품질 평가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ICH Q10은 단순한 가이드라인이 아니라, CPP와 CQA를 중심으로 제품의 품질 생애주기를 관리하는 글로벌 스탠다드 품질 경영 체계로 자리잡고 있으며, 현대 제약기업의 경쟁력 확보에 있어 필수적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